이정하 - 절정

∨시∨ 2017. 9. 22. 18:09



가끔 나는 생각해 본다.

어쩌면 나는, 너를 떠나보낼 때 너를 가장 사랑한 것이 아니었을까, 하고.

이별은 내게 있어 사랑의 절정이었다.

가장 사랑하던 그 순간, 나는 너를 놓았다.

내 사랑이 가장 부풀어 오르던 그 순간이, 나는 외려 풍선처럼 터져 버렸다.

잘 가라. 나는 이제 그만 살게.

손을 흔들어 주진 못했지만.

그 순간 너를 향한 마음이 절정이었음을.

절정이 지난 다음엔 모든 게 다 내리막이었다.

내 삶도, 나의 인생도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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